이작가 86

근심 풍년

올해도 벼농사가 대 풍년이다. 지난여름 기나긴 장마 속에서도 병충해로 쓰러진 벼논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활짝 웃는 농부들을 보기가 어렵다. 기름지고 넓은 집 앞뜰 논은 댐 속에 수몰되고 해발 400m 가 넘은 고랭지 자갈 속 천수답에 벼 한두 폭시라도 더 심어보려고 샛돌 (언덕 밑 찬물이 흐르는 수로)에 까지 정성 들여 심었는데 수확해봐야 농기계 사용 대금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긴 ~한숨만...... 요즈음 날씨가 쌀쌀해서 배추밭에 벌레(벌레)도 없다. 올 가을 김장배추가 벌써 결구 (배춧잎이 안쪽으로 말림)가 이렇게 잘 되니 배추 풍년에 지난해처럼 또 갈아엎어야 되는지? 걱정이다. 이렇게 농사가 잘되도 농부의 가슴속은 근심이 쌓여가는데 만약 농사가 흉년이 들면...... # 음식물을 버리는 것..

이작가 2011.10.03

원한 소리

북망산천 멀다더니 대문 밖이 북망산천~~~~ 상두(상여의 소리꾼)의 풍경소리와 함께 원한 서린 상두가 소리에 이어 열두명의 상여꾼 가슴에서 자신의 한탄과 세상을 하직한 망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어 어화너 어가~리넘자 어~ 화너. 상여소리가 커지면 뒤를 따르는 상주들의 곡 소리가 커지고 가는 길이 험난하면 상여소리도 작아지고 곡 소리도 작아진다. 상여소리는 정해진 가사는 없다. 오로지 가는 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상두의 즉흥적 가사가 대부분이다. 가난해서 상여를 마련하지 못하면 지게에 짊어지고 장지로 가는데 관 은 혼자 짊어지면 한 짐이고 열두명이 상여를 메고 가면 열두짐 이라고 한다. 그만큼 무겁고 힘든다는 얘기다. 가난과 천민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어 남의 집 상여나 메야한다는 설움과 어깨를 ..

이작가 2011.09.20

올게심니

내 어렸을 때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양 주머니 속에 한 움큼의 간식거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 간식은 우리 지역 언어로 올게쌀이다.   지금은 대량 생산해서 마트에서 올벼쌀이라는 상품으로 팔고 있다.   예전엔 벼 이삭이 고개 숙일 때가 되면 집집마다 쌀독이 거의 다 비어 간다.  채 영글지 않는 벼 이삭을 훌트 거나 낫으로 베어서 지게로 지고와   홀태로 훌터가지고 솥에 찐 다음 말려서 땀과 함께 절구로 찧어서 만든 쌀이 올게쌀이다.   그 찐쌀이 먹고 싶어서 절구통 앞에서 얼쩡대다 꾸지람도 많이 듣고......   그렇게 힘들게 만든 쌀로 밥을  지어서 조상님께 먼저 차려드리는 차례가 올게심니다.   올게심니는 특별히 정해진 날이 없고 빈곤 속에 허덕이는 집에서 빨리하고 많이 한다.   곧 추석이..

이작가 2011.09.08

호상

흔히들 복을 누리며 오래 살다 사망한 사람을 호상이라고 한다. 그 복 이란게 무엇인지?. 또 오래 살았다는 게 몇 살까지 살아야 해당되는 것인지?. 정해진 규정은 없다. 나는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임종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그들이 임종하기 전에 오랜 기간을 두려움에. 고통에. 남은 미련에.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힘든 날들을 보낸 사실도 느꼈다. 비록 마지막 잠든 시간은 조용했을지라도 삶과 죽음 사이에서 힘들었다. 물론 요새는 병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으로 조용히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분의 고통 후에 2박 3일의 장례식장은 어떤가?. 상주를 위로하기 위해 오신 문상객에게 술과 음식을 무한정 대접하는 풍습은 위로부터 내려온 좋은 풍습이다. 그 무한정 대접하는 술잔 뒤엔 늘 문중 어르신의 충고가 ..

이작가 2011.09.01

우리라도 보태줘야제

어이! 동생인가? 나네. 형님 왜그요? 빵꾸 났소?.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에 나 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얼른 안 체한다. 그것이 아니라 시원할 때 무시 밭을 갈려는 디 트랙터가 발동이 안 걸리는 구만 얼른 좀 와야 것네. 이쯤 통화하다 보면 나 가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 부릉 소리와 함께 발동이 걸리고 핸들을 악기 삼아 콧노래를 불면서 마을 앞을 지나는데 빨간 고추 포대를 세워놓고 마을 어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차를 세우고서 외친다. 얼른 타시오! 나간 길에 모셔다 드릴게.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았다 말은 고마운데 그냥 가소. 우리 보고 여그까지 온 버스가 혼차 그냥 나갈려면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지름 값도 비싼데 우리라도 보태줘야지. 오늘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이작가 2011.08.29

우유

"우유'   나는 우유를 좋아한다.   울 엄마가 쉰 살이 다된 나이에 나를 낳으셨단다.     엄마젖이 없어서 감홍시로 키운 막둥이란다.   그래서인지 우유배달을 즐거워하면서 남은 우유를 주식으로 먹는 날이 허다했다.   그런 내가 1980년도에 중동생활을 시작하면서 우유와 더욱 가까워졌다.   동남아산 알랑미쌀로 지은 밥에 반찬은 없지만 호주산 분유를 사막의 귀한 물로 끓여서 밥과 말아서   먹는맛 .초창기 사막 생활에 비지땀을 흘러본 사람들은 감회가 떠 오를 것이다.   그때 입맛에 길들어진 우유가 지금도 식탁에 국물을 대신해 주면서   우리 마누라를 편하게 해 준다.   오늘 바빠서 가까운 농협마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주말과 휴일에 먹을 주식을 구하고자 벌교 읍내까지 가서   묶음 우유(매일우유 ..

이작가 2011.08.26

멧돼지

워메~~ 웠째야샅고! 어저께 밤에 긍께 멧돼지가 창 감자(고구마) 밭을 난장판을 만들어 붙당께라. 그래서 가슬 무시 심어볼려고 무시 씨 사 온데....... 그래도 장안 댁은 괜찮그마. 우리 밭은 창 감자가 생기기 도전에 다~ 갈아어엎어뿔어서 시방은 바래기 천지가 돼붇지랑. 우리 집 앞 군내버스 승강장에서 아낙네들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 고장은 조계산(해발 약 900M.) 모후산(920M) 고동산(700M) 망일봉(650M) 사방이 깊은 산으로 둘러 쌓이고 그 품 안에 호남의 젖줄 주암호가 자리 잡고 살생을 금지하는 송광사가 보초를 스고 있어서 야생동물의 낙원이다. 얼마 전에 이곳을 우회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밤으로는 도로에 자동차와 인적은 없어지고 주암호에 살던 뱀과 산속에 살던 너구리와 멧돼..

이작가 2011.08.25

[스크랩] 벌초 하는 날

여섯 시! 동창이 밝았는지 그만 자고 일어나라고 핸드폰 속에서 노고지리가 우지진다. 여보! 여기 긴팔 남방 입고 토시 끼고 모자 꼭 챙겨요! 나는 남편이 듣건 말건 혼자 떠벌이면서 우유 한 컵 따라 놓고 갈퀴를 챙긴다 오늘은 친정아버지 벌초 가는 날 해마다 하는 벌초지만 항상 남편 혼자서 땀 흘리는 게 미안해서 올해부터는 나도 거들기로 했다. 남편이 예취기로 풀을 베면 뒤에서 갈퀴질 이라도 해야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조수석에 오른다 자 ~ 시방부터 풀 벵께 쫌 떨어져서 갈퀴질 하소! 그런데 예취기가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나는 안타까워 시동 줄만 당기는 남편의 젖은 등을 보면서 다짐한다. 벌초 품삯을 꼭 받아서 새 예취기를 사 드려야지. 이마에서 등을 지나 바짓가랑이까지 흐르는 땀을 먹고..

이작가 201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