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여섯 시! 동창이 밝았는지 그만 자고 일어나라고
핸드폰 속에서 노고지리가 우지진다.
여보! 여기 긴팔 남방 입고 토시 끼고 모자 꼭 챙겨요!
나는 남편이 듣건 말건 혼자 떠벌이면서 우유 한 컵 따라
놓고 갈퀴를 챙긴다
오늘은 친정아버지 벌초 가는 날 해마다 하는 벌초지만 항상
남편 혼자서 땀 흘리는 게 미안해서 올해부터는 나도 거들기로 했다.
남편이 예취기로 풀을 베면 뒤에서 갈퀴질 이라도 해야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조수석에 오른다
자 ~ 시방부터 풀 벵께 쫌 떨어져서 갈퀴질 하소!
그런데 예취기가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나는 안타까워 시동 줄만 당기는 남편의 젖은 등을 보면서 다짐한다. 벌초 품삯을
꼭 받아서 새 예취기를 사 드려야지.
이마에서 등을 지나 바짓가랑이까지 흐르는 땀을 먹고서야 긴 시간의 사투는 끝나고
굉음을 내며 풀을 넘어뜨린다.
해마다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친정 할아버지부터 처 삼촌 묘까지 벌초를 해주는
남편이 너무나 고맙다.
뜨거운 태양이 머릴 쬐일 때쯤 벌초는 끝나고 우린 나란히 앉아서 땀을 식히며 여보
칠공주 댁 셋째 사위 노릇하기 힘들지? 고마워.
뭘 그이가 먼 데서 벌어 묵고 사느라 못 온 자식들 대신해서 우리 항꾸네 벌초하니까 얼마나 존가
나는 남편 등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여보! 내려갈 땐 내가 예취기 메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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