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 동 뎅 밤 9시를 가리키는 시보와 함께 일일 드라마가 끝이 난다
우리 집은 이 시간이 되면은 늘 밤참(야식)을 먹는다
수많은 세월 동안 계속되어온 밤참 시간....
멀리 타향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이 내려와도 군대생활 점호처럼 이 시간이 되면 모두 함께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밤참을 먹는다.
이러한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졌다.
해 질 무렵이 되면은 엄니는 부엌에서 부샄(아궁이)에 불을 때어서 밥을 짓고 아버지는 문간방에서
쇠죽(삶은 소밥)을 삼느라 부산에 불을 넣어서 방안 아랫목이 따뜻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구들장이 식어서 아랫목도 차츰 식어만 간다.
이때쯤이 되면 늘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시면서 부상에 군불 떼야되겠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온 가족들이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중간에 구들장을 달궈놓으시고
방에 들어올 때는 함지에 군 고구마가 담겨 있었고 우리 가족 모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밤참을 먹는다.
아버지께서 빈손으로 들어오시면 엄니는 생 고구마를 씻어서 몽당 수저로 긁어주고
가끔씩 땅속에 묻어둔 무시(무)를 야밤에 꺼내서 수저로 긁어먹던 밤참.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밤참으로 길들여진 덕분에 지금도 밤이 깊어가면
부부가 함께 입을 즐겁게 하며 내일을 꿈꾼다.
잠들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들 한다
그러나 바쁜 시간 속에서 늦게 들어오는 가족과 함께 앉아 밤참을 먹으며
서로를 지켜주고 희망을 얘기하다 보면 건강의 엔도르핀이 무수히 쏟아지지 않을까?
어두 컴컴한 부엌에서 군불을 지펴놓고 고구마 익기를 기다리며 곰방대를 빨고 계셨을 아버지
밤새 오래오래 타도록 생 솔가지(푸른 소나무 가지)에 불을 지피시느라 얼굴이 검게 그을리신 아버지 모습...
아버지의 가족을 아끼시는 소중한 가리킴을 잊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이제 저도 부엌으로
나가야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