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

대보름 내더~위

회동골 2012. 2. 5. 20:23

 
  

 

 
                  내 철부지 시절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질 때쯤 집안에 있는 빗자루를 모두 다 창고 속에 숨겼다가 아버지께 지천을 들었다
                 그냥 쓰던곳에 가져다 놓아라!
                 다 닳아진 빗자루 가져가면 또 만들면 되제.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동네 어른들은 논밭 두둑에 불을 지펴서 벌레 알을 태우는 행사가 시작되고  날이 어두워질 때쯤이 되면 개구쟁이들은
                   그동안 훔쳐놓은 대나무 빗자루와 불깡통을 들고서 앞뜰 보리논으로 향한다.
                   대나무 빗자루의 불똥과 깡통 불의 불꽃에 추위도 잊은 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쥐불놀이를 하다가
                   뱃속에 허기가 느껴질 때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돌담 위에 올려놓은 오곡밥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와서 시컴한 얼굴을 서로 쳐다보면서
                   배불리 먹던 시절.....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해뜨기 전에 팔아야 된다고 단잠 자고 있는 친구에게 내더~위라고 소리쳐놓고 집으로 도망치던 더위팔기...
                   그때 더위를 잘 팔아서 내가 무더운 중동 생활도 잘 보냈는 것 같다
                    친구들을 위해서 빗자루를 가져가기 쉽도록 아무 곳에나 놓아두셨던 아버지.
                    그리고 내더~위를 팔아준 친구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