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뿌려놓은 삼(대마)가 어른 키 보다 훨씬 더 크게 자랐다
모내기가 끝나고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이 되면 어느 부락이나 삼굿기(대마 삶기)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삼 을 베고 엄니와 누이는 대칼(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칼)로 잎을 치고 형아는 삼 줄기를 다발로 묶어서 지게에 지고 삼굿터로 지고 간다
시골 어느 마을이나 삼굿 거리. 삼 굿터 등 삼 을 삶는 곳 이 정해져 있다
예전에는 아궁이 위에 돌을 깔고 삶았다는데
내 가경 험한 60 년 대에는 드럼통을 반으로 쪼갠 솥 위에 판자로 틀을 짜고 매년 사용했던 기억 이 난다
동네 남정네 들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삼굿 틀 틈새로 김 이 새면 진흙으로 땜질하고 한나절을 땀과 싸운다
삼이 다 익으면 동네 아낙들에게 1 다발씩 배급되고 부지런한 엄니는 2 다발을 챙긴다
삼 껍질과 겨릅대(우리 지방 은 저릅대)를 분리한 다음
삼 껍질은 주인이 가져가고 엄니는 저릅대만 머리에 이고 오면서도 입이 귀에 걸린다
겨릅대는 웅덩이 속에 2~3개월 담갔다가 건져 말리면 겨울에 밤마실 나갈 때 호야 등 대신으로 쓰이고...
오늘 이곳에서 가까운 보성 복내를 다녀오면서 허가 내고 대마를 재배하는 농장을 지나치다 엄니가 생각나서 옛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