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

노랫가락 차차차

회동골 2020. 12. 30. 16:33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지난 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지붕이 스레트 지붕으로 바뀌어 가던 시절

마을회관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고 주막집을 나와서 팔자걸음으로 집을 찾아

떠나는 남정네들이 자주 부르던 노래다.

긴 나팔바지로 마을길 먼지를 쓸고 다니던 철부지들이 합창해서 얼씨구절씨구

하고서 노래를 부르노라면 어디선가 어르신들이 나타나서 꾸지람을 하신다.

허우대 멀쩡하고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얼른 밭에 가서 일하고 땔나무 베어와야지

노새 노새가 뭐냐고...

샘터 윗집 아들놈은 서울 가서 돈 벌어서 지난 장날 송아지(송아지)를 두 마리나

사줬다는데....

요놈들아 벌써부터 노새 노새 하다 보면 늙어서는  얼씨구절씨구 털털털 빈 털이가 된다.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피해서 지게를 벗 삼아 꼴 베러 가며 낮 자루로 지게고닥을 두드리며

노새 노새로 외로움과 뱃속의 허기를 달래며 성장한 6.25 전란 세대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대처로 나가서 봉제공장이나 고무신 공장에서 용돈이 뭔지도 모르고

돈을 벌어서 고향 부모님께 보내주는 일꾼이 시작된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부모님께 천수답 한 마지기라도 사주려고

월남전에 지원해서 밀림 속 모기와 피를 나눠마시며 새벽안갯속에서 엄니 모습을

그려보고

중동 건설현장 근로자로 취업해 무더위 속에서 모래바람에 입속이 꺼칠꺼칠해도

콜라 한 병 못 사 먹고 가족을 그리며 연장근무를 신청하는 돈의 노예가 되어간다.

정년퇴직이 안타까워서 임시직이라도 더 근무하고 싶어서 부장님께 아부하고

일거리를 찾아다녔던 전란 세대들...

그렇게 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어도 남은 것은 매일 노인일자리 다녀와서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달력 아랫칸에 메모해준 빨간 매직으로 그려놓은 동그라미.

동그라미 20개를 채우고 달력을 뒷장으로 넘기는 즐거움이 주는 행복이 우리 노인들

에게 크나큰 기쁨이다.

한평생을 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서 살아오다 보니 늙어서도 쉽게 일손을 놓지 못하고

아랫목 전기장판 위에 누워서도 내일 일거리를 걱정해야 행복한 노인들이 많다.

아들들아 딸들아 젊어서 놀아도 늙어서 못 놀고

젊어서 열심히 땀 흘려도 늙어서 걸을 수 있는 날 까지는 땀 흘려야 편히니까

세상살이 그러려니 하고서 즐거운 마음으로 젊음을 만끽하고 불황과 코로나 19를

이겨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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