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모든 것이 궁핍했던 시절 산골 천수답에 심어놓은 벼가 누렇게 익으면 온 가족이 벼를 베고
아버지와 형아는 지게에 볏단을 가득 지고 와서 마당 한구석에 벼이삭을 쥐가 먹지 않도록 벼 이삭을
안쪽으로 향해서 볏단으로 탑을 쌓아놓는다.
벼 수확이 끝나면 논을 쟁기로 갈고 땅 수분이 마르기 전에 보리파종을 마쳐야 되기 때문에 모두 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바깥 농사일이 끝나면 동네 아낙들의 품앗이가 시작된다.
이 집 저 집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높이 쌓아둔 벼 탑이 없어질 때까지 홀태로 벼를 훌트고...
혼자 하면 지겹고 힘든 홀 태일을 품앗이로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귀도 즐겁고 입도 바빠지고
하루 종일 나락을 훑트다보면 허리가 아파도 저녁에 집에 올 땐 엄니 양손에 낮에 나온 간 식보 띠리가
춤을 춘다.
60년대 후반부터는 발 탈곡기가 보급되어 나락 훌트는 품앗이가 엄니 손에서 자동으로
아버지 손으로 옮겨간다.
아버지와 탈곡기 주인이 양쪽에서 나락을 훑으면 어느 순간 탈곡기 소리가 약해진다.
그럴 때면 아버지의 아픈 다리를 대신해서 품앗이하는 아저씨들이 교대로 가운데서 발판을
밟아주고.....
지금은 콤바인이라는 기계가 이 집 저 집이 아니고 이논 저 논을 찾아다니며 벼를 베고 훑어서 가마니에 담아
주고 볏짚까지 썰어주니까 일손이 적게 든다
농번기 휴가가 끝나면 들녘에서 벼이삭 주은 것을 모아서 저금한답시고 보자기에 담아서
학교에 가져가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