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단술
망종 (24절기 중 9번째 절기로 보리 수확을 하는 때) 이 가까워지니 들녘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예전에 어렸을때 보리베기 작업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시원하게 흐르는 물속에 담가 두었던 보리단술을
따라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난 5~60년도에는 방앗간에서 겉보리를 보리쌀로 가공하는 기술이 부족하여 보리쌀과 흰 쌀을 섞어서
밥을 지으면 밥이 제데로 되지 않아서 보리쌀만 삶아가지고 그늘진 처마 밑에 걸어두고
밥을 지을때면 그 보리밥에 쌀을 한쪽에 약간 넣고 밥을 지었다.
집안 어르신께에는 보리밥과 쌀을 잘 섞어드리고 어머니는 늘 보리밥만 잡수시고.......
더운 날씨 때문에 처마 밑 걸 바구니에 담아놓은 보리밥이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잘 쉰다
그 쉰밥을 버리지 못하고 누룩과 섞어서 물을 붓고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놓고 하루가 지나면
끓는소리가 부글부글 나는데 그 술이 보리단술이다
약간 시고 달콤한 맛 이곳 호남 내륙의 여름 간식이다
단술을 다 먹어갈 즈음 밑에 남은 누룩 찌꺼기는 더욱더 시고 목에 넘어갈 때 목이 꺼끌 꺼끌 하다
이 찌꺼기도 결국은 부엌 아낙네들 간식이 되고......
보리단술을 빚을 때 단맛을 많이 나게끔 엿기름을 넣는 집도 있고 먹기 전에 끓여서 먹는 집도 있고
신맛이 많이 나면 사카린도 넣고 집집마다 조금씩 입맛 따라 다르다
그러나 어느 집이나 여름 간식은 보리밥을 발효해 서먹는 보리단술이 흔했다.
보리단술을 빨리 먹지 못하고 오래 두면 신맛이 강해서 먹지 못한데 그걸 더 오래 보관해서
식초 대용으로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