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

부모님 전상서

회동골 2019. 5. 7. 18:04

                 철딱서니 없던 시절

                 기나긴 겨울밤 고요함 속에서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적막을 깨트리는 심장소리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연인을 찾아서....

                 고통을 분담하고자 수많은 연애편지를 쓰면서도

                 부모님께는 안부편지 한 통 써보지 않던 놈이 군대 입대할 쯤에야 철이 들어서

                 입영날 행여나 엄니가 눈물 보일까 봐 잘 갔다 올게요 라는 짧은 인사만 하고서

                 완행버스 속으로 숨어서 멀어져 가는 엄니 모습에 눈물 젖었던 시절....

                 중대장님의 강요에 못 이겨 군대 가서야 부모님 전상서 라면서 편지를 썼던 못된 자식....

 

                   너무나 소중한 부모님께서 저 세상으로 가신 수 십 년 후에야 어버이날이라는

                  방송의 되새김으로...

                  생전에 계실 때 늘 생각은 하면서도 부모님께 편지를 쓰지 안 했던 내가.... 염치없게도

                 자식들에게는 항상 아버지를 자랑하듯 온 세상을 혼자서 풍요롭게 만드는 척 머릴 굴리며

                 써 내려가던 방랑자의 낙서 같은 편지를 썼던 게 부끄럽다.

                 그래도 또 욕심이 생긴다

                 배고픔 속에서 밤하늘의 별빛을 불빛 삼아 아버지 자랑을 했던 시절의 편지가

                 이번 어버이날 에는 고맙습니다 라는 부모님 전상서가 날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