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빼깽이 (빼떼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이 가까워지면 지난봄에 모종 해놓은 고구마를 수확한다,
잎은 가축 사료로 사용하기위해 양지바른 언덕에 말려놓고 호미와 쇠스랑을 사용해서
땅속 깊이 숨어있는 고구마를캔다.
행여나 추위에 얼까 봐 따뜻한 방을 가로질러 수수 대울타리를 쳐 놓고 속에다 가득히 고구마를 채운다,
점심때는 늘 따뜻한 고구마가 밥상 위에 오르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엔 큼직한 고구마를 수저로 갉아먹으면서
차츰차츰 울타리 속 고구마가 줄어드는 안타까움을 시원한 동치미 국물로 가슴을 달랜다.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호미에 찍힌 고구마는 상처 부분만 잘라내고 아직 크지 않은 새끼 고구마와
함께 깨끗이 씻어서 가마솥에 삶아가지고 4~5 일정도 말리면 고구마 빼깽이가 된다.
말리기 시작한 후 2~3 일이 지나면 말랑 말랑한 반 빼깽이가 되는데 늘 이때쯤이면 엄마 몰래
한 움큼 손에 쥐고서 친구 집에 가서 자랑하고 나눠먹었는데 그맘때가 제일 맛있다.
예전에는 반 빼깽이를 보관할 수가 없어서 딱딱해지도록 완전히 말렸는데 딱딱한 빼깽이를 입에 넣고
물렁 물렁할 때까지 입속에서 빨아먹다 보면 애가 타는데 기다림의 심정을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지금은 건조기를 이용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
익힌 고구마를 손가락 크기로 잘라서 건조기 속에 넣고 55c의 온도로 15~18시간만 말리면
먹기 좋은 반 빼깽이를 만들 수 있다